"살은 좀 쪘지만 건강은 괜찮아요." 혹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오늘 이 글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내장지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몸 안에서 조용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을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이란 무엇인가?
지방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피부 바로 아래에 쌓이는 피하지방과, 복강 내 장기 주변에 쌓이는 내장지방입니다. 피하지방은 손으로 잡히는 살이라면, 내장지방은 간·췌장·소장 등 주요 장기를 둘러싸고 있어 겉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허리둘레가 크게 나오지 않아도 내장지방이 많을 수 있고, 반대로 체중이 많이 나가도 내장지방이 적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내장지방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BMI가 정상이어도 안심할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체질량지수(BMI)로 비만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BMI만으로는 건강 위험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유럽 심장 의학 학회(ESC Congress)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BMI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허리 둘레가 굵은 사람은 정상 BMI와 정상 허리-엉덩이 비율을 가진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7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 쉬저우 의과대학 연구팀이 영국 건강 데이터베이스에서 약 2만 6천 명의 MRI 스캔을 분석한 결과, BMI가 정상이더라도 특정 부위에 지방이 집중된 사람은 뇌 용적 감소와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카이 리우 박사는 "뇌 건강은 지방의 양이 아니라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마른 비만형'은 BMI가 평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장기 주변에 고밀도 지방이 쌓인 경우로, 회백질 위축, 백질 병변, 뇌 노화 가속화 등과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내장지방이 몸 안에서 하는 일
복강 내의 내장지방은 대사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며 여러 물질을 분비합니다.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동적인 조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내장지방은 염증 유발 물질(사이토카인)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며, 이것이 연쇄적인 대사 문제로 이어집니다.
내장지방에서 나오는 염증 물질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여 당뇨병을 일으키고,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킵다.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인슐린 저항성을 더 높이기 때문에,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은 뱃살 관리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슐린 저항성이 지속되면 혈관벽을 두껍고 단단하게 만들어 지방 저장을 늘리고, 혈액 중 중성지방 농도가 증가하며,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낮아지고, 신장에서 나트륨 배설이 감소해 고혈압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당뇨·고혈압·고지혈증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대사증후군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현실
대한비만학회의 2025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최근 3년간 약 38%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어, 성인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비만인 상황입니다. 더불어 전체 성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13년 23.3%에서 2022년 28.6%로 10년간 1.12배 증가했습니다.
특히 겉으로는 날씬해 보이는 '마른 비만'의 경우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장지방이 많으면 당뇨·고혈압 등 대사질환 위험이 실제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 어떻게 줄일까?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비만한 사람이 체중을 감량하면 대사증후군의 모든 위험 항목이 감소하는데, 체중의 10%를 줄이면 내장지방이 약 30% 감소하고, 이는 혈당 개선·혈중 지질 개선·혈압 감소 등의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내장지방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운동: 운동은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의 핵심 요소인 내장지방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당뇨병 예방과 혈당 조절에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자전거, 수영)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식단: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연어는 염증을 줄이고 복부 지방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정제된 탄수화물과 당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통곡물·콩류 위주의 식사가 권장됩니다. 국내 수면 전문가들도 수면 부족이 식욕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해 내장지방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 허리둘레 체크: 허리둘레는 내장지방의 실용적인 지표입니다. 대사증후군 진단 기준에서 허리둘레는 남성 90cm, 여성 80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봅니다. 체중계 숫자보다 허리둘레의 변화를 꾸준히 체크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은 '살이 좀 쪘다'는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대사·인지 기능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건강의 핵심 지표입니다. BMI가 정상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허리둘레와 생활습관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식습관 변화와 꾸준한 운동이 내장지방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참고 자료]
쉬저우 의과대학 연구팀, MRI 기반 지방 분포와 뇌 건강 연구 (2026, Reportera)
유럽 심장 의학 학회(ESC), 복부 지방과 심혈관 사망 위험 연구
대한비만학회, 2025 비만 팩트시트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대사 증후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건강소식지 (2024 봄호)
메디팜헬스뉴스, 내장지방과 인슐린 저항성 (medipharmhealth.co.kr)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매거진, 대사증후군과 인슐린 저항성 (nhis.or.kr)